뜨리아까스텔라에서 사리아까지, 사리아 산타마리아 성당
2023년 06월 03일, 29일차
Triacastela(뜨리아까스텔라)→ Sarria(사리아), 알베르게 : Albergue Alma de camino
기온 : 오전 비 약간, 오후 비 많이 (최저 11, 최고 21)
아침식사는 알베르게 주방을 이용하였다.
짝의 카고 백에서 내 가방으로 넘어온 라면 2개에 채소를 넣고 끓였다. 어제저녁 장 보기를 마치고 누워 있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다시 슈퍼로 갔던 것이다. 라면에 넣고 싶은 파 한 뿌리, 양파 한 개, 토마토 두 개를 사러.
마을을 나서자마자 두 가지 길이다.
Samos 사모스 방향 (25.8km),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인 사모스 수도원을 거쳐 가는 길이다.
Sanxil 산실 방향(17.8km), 오르막이 있고, 바도 있는 짧은 거리의 길이다.
사모스팀과 산실 직진 팀으로 나뉘었다.
산실 방향보다 거의 8km를 더 걷는 수도원 길을 마다하고 우린 짧은 거리를 택하였다.
산실 마을을 거쳐 사리아까지 숲으로 걸었다.
"17km는 껌이야"
오르막이 있었지만, 숲길이었고 일정이 짧아 편안했다.
쉴 곳이 마땅치 않아 걸으면서 사과를 깨문다.
카페에 앉아 어제 받은 계란을 곁들여 커피를 한잔하였다.
다시 걷는 도중 바나나 한 개, 거의 다 도착하여 주스 한 병을 마시니 가방도 가볍다.
11시 반에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문이 굳건히 닫혀있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수도원을 낀 방향으로 길을 잡았으므로 우리보다 족히 두 시간은 더 걸려야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알베르게 근처의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물가를 찾았다.
시내를 관통하는 다리 밑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1시 체크인에 맞춰 알베르게로 돌아갔다.
알베르게 문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시에 맞춰 알베르게에 들어가는데, 이 알베르게, 꽤나 까다롭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고 신발과 스틱은 지정장소에 놔둬야 한다.
아직 덩키 짐이 오지 않았으므로 양말 발로 절차를 밟는데 여자, 남자로 조합된 주인장들의 신경이 예민하다.
절차를 밟기 전엔 자기가 서 있는 곳보다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한다. 한 사람이 여권과 크레덴샬과 돈을 치를 동안 다른 이들은 앞으로 나설 수 없다.
게다가 도심 한복판에 새로 지어서 그런지 그동안의 알베르게 중 가장 비쌌다. 17유로.
대신에 호텔용 하얀 수건이 하나씩 주어졌다.
어허~ 일찍 들어갔으나 소용이 없다.
아직 덩키 짐이 오지 않아서 씻을 수도, 침낭을 깔고 누울 수도 없다.
한 시간 여가 지나서 짐가방을 받았다.
사모스 방향으로 길을 잡아 수도원을 거쳐 오기로 한 언니는 아직 오지 않았고, 기다리다가 식당으로 향했다.
치즈돈가스, 티본스테이크, 파프리카 구이, 샐러드. 2인분 40유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당에 앉으니 옆 테이블에 부부가 와 있었다.
이들은 구글로 맛집도 찾고, 자신만의 길 안내를 받으며 약간씩은 다른 길로 다니는데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니다.
모두들 스틱과 등산 배낭, 판초로 무장하였건만, 스틱도 없이 두 다리로만, 판초 없이 우산으로, 등산용 배낭 대신 노스페이스 가방(책가방이라고 불렀다)으로, 발목이 올라오거나 한 트레킹 신발 대신 평소 신던 운동화로 아무 탈 없이 무난히 걷고 있는 건강함을 보이고 있다.
수시로 카페에 들렀을 때는 여자가 앉으면 남자가 커피와 맥주를 나르는 모습은 또 얼마나 경쾌하던지.
옆에 앉은 김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물집은 안 생겼는지, 감기는 다 나았는지 물었는데, 아내가 대답한다.
동료가 사 준 이 양말 하나로 끄떡없었노라, 다음에 길을 나설 때는 이 양말을 더 준비하련다, 집에 돌아가면 다른 해외 트레킹을 준비할 거라는 계획까지 일사천리이다.
'나도 그 양말 사련다'라며 사진기를 들이대자 자신의 발을 얼른 들어 올려 주었다.
언니가 합류하고도 한참을 더 쉬다가 사리아 산타마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알베르게가 있는 차도를 지나면서 올라가는 계단 길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 골목에 알베르게가 줄지어 있었다.
이 골목의 계단 길이 사리아의 진짜 모습처럼 정겹다.
그 길 위 있는 산타마리아 성당이 있다.
성당 주변이 미사가 시작되기 전이었는데 무척이나 분주하다.
밴드에 맞춰 나오는 노랫소리가 컸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종의 바자회인 듯 가판대에는 쓰던 물건들이나 수공예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시장 구경을 마치고 미사에 참석하였다.
여느 미사와 같이 경건하고 엄숙하였는데, 왼쪽에 위치한 모니터에 보이는 미사 송구를 같이 읊어 볼 수 있었다. 알파벳 그대로 읽는 스페인어 덕분에 어렵지 않다.
알베르게에 돌아오니 시설은 큰 알베르게이건만 모든 게 여의치 않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서 마당도, 야외 빨랫줄도 없을뿐더러 실내에 설치된 빨랫줄은 한 가족이 걸 만큼 좁았고, 실내에 젖은 빨래를 널어 물을 떨어트리면 안 된다는 문구까지 있었다.
빨래는 아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식당에는 '아침 조리는 불가'라고 쓰여있었다. 아침엔 화구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15인이 들어가는 방에 일층으로만 구성된 침대도 여럿 있고, 우리 팀 여자만 있어서 빈 침대를 볼 수 있다고 좋아했건만, 오히려 열악하다.
자리에 누우니 창밖이 아름답다.
비가 올 듯 오지 않은 오늘의 날씨도 조화로웠다.
일정을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비가 온다.
상쾌한 날씨와 누워서 보는 하늘 풍경이 좋다.
안녕!
오늘은 엄청 짧게 걸었어.
다른 사람들은 수도원 구경을 택하여 조금 늦었는데, 후미에서 혼자 걷던 여인이 고초를 겪었나 봐.
그녀의 핸드폰이 안 돼 더래. 카톡이 안 되니 혼자서 알베르게를 못 찾은 거야. 물어서 순례길 안내소까지 갔고, 일정표에 쓰여있는 알베르게 이름을 보여줘서 겨우 숙소를 찾았대.
그러느라 많이 힘들었나 봐. 먹지도 않고 눕더라고.
영양제를 먹어보라 했더니 싫대. 하나 남은 공진단을 줬더니 자기도 있는데, 그마저 먹으면 토해서 그냥 쉬려한대.
나중에 말하는 걸 들으니 핸드폰은 고장이 아니라 어쩌다가 화면을 어둡게 해서 안 보였던 거라네.
어휴 ~
나도 누우니 창밖에 비는 살살 내리고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창 너머가 아름다워.
공기 좋고, 풀 뜯어 먹으러 길바닥에 똥을 싸며 댕기는 소가 생산하는 우유, 치즈, 고기가 풍성하여 싼 곳.
하늘이 푸르르고 선선한 날씨 덕에 걷기로 유유자적하기 좋은 곳.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이 고맙고 고마운 곳.
새삼 내가 갖은 것에 감사하고 경배하는 시간이야.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