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아에서 포르토마린까지, 남은 거리 100,000km
2023년 06월 04일, 30일차
Sarria(사리아) > Portomarin(포르토마린), 알베르게 : Albergue Pons minea
거리 : 22.4km
날씨 : 오전 맑음 오후 4시 비 (최저 13, 최고 24)
이제 산티아고까지 113km 남았다.
가는 도중 100,000km를 알리는 비석도 만날 수 있겠다.
순례 증서를 받기 위해 꼭 걸어야 하는 최소한의 거리이기도 한지라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22km는 느낌이 가볍다.
그러나 어제 수도원을 거쳐 오느라 늦은 언니가 저녁으로 먹었다며 갖다 준 피자를 먹어서 체했는지, 감기였는지 밤에 타이레놀, 소화제, 옆 침대에서 건네준 베아제를 먹어도 개운치가 않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고 구름이 얇게 끼어 햇볕은 피할 수 있었지만 거북하다.
길 가다가 공진단을 먹고 기운을 내보지만 역부족이고, 소화제를 하나 더 먹어도 더부룩하다.
소화불량에 목이 아프고 머리가 무거운 것이 영 석연치 않았으나, 그럴 수 없다.
막바지에 약한 모습이라니.
힘을 내자.
어제의 그 성당, 아침나절에는 문이 닫혀있었다.
사리아부터 사람 많다더니 역시.
아직 신발 바닥에 흙도 묻지 않은 사람들이 앞질러 간다.
새 가방을 멘 다섯 명의 젊은 처자들이 앞에 있다.
우린 이들을 독수리 5형제라 부르며, 아마도 친구들끼리 방학을 맞아 떠났을 것이리라 이야기를 꾸몄다.
등에 매달린 조가비에 오늘 날짜 6월 4일이 선명한 여인의 걷기 첫날을 축하했다.
어린 아기를 배낭에 태운 아빠와 옆에서 걷는 엄마가 보인다. 엄마의 배낭에서 삐죽이 나온 인형의 발이 정겹다.
혼자 걷는 사람, 가족 단위로 무리 짓는 사람,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며 걷는 사람들 모두 새 신발이다.
그 안에 우리도 있다.
새 신발 부대. 조개비에 6월 4일 출발을 알리는 글씨가 분명하다.
드디어 100,000km를 알리는 표지석이다.
지나는 외국인에게 사진을 부탁했더니 표지석에 당도하여 기념하고자 하는 우리보다 바닥이 더 크다.
이제 포르토마린이다.
숙소에 가려는 마지막 관문인 큰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로 가는 계단이 이색적이다.
체기로 무거웠던 몸 탓에 졸리고 힘들었지만 기운을 내어 점저를 먹는다.
뜨거운 갈리시아스프에 들어 간 시래기와 감자가 큰 위안이다.
점심 식사 후 슈퍼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폭넓은 강가에 자리한 집과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키우는 거 아닌가 하는 포도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들어와 누우니 오후 4시.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뜨겁고 때문에 실내공기 또한 덥다.
오늘은 걷는 내내 보기 드물게 기온이 높았다.
때문에 더위를 피하고자 놀다가 쉬다가 늦게 온 사람들이 오히려 더위에 지쳐있었다.
드디어 작년 여름에 폭염으로 너무 힘 들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아침 공기는 상쾌했고 오전에는 아직도 점퍼, 패딩, 후드티를 겹쳐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역시 좋은 날씨였다고 평하고 싶다.
조금 지나니 창밖으로 먹구름이 몰려온다.
숙소 밖으로 나가 밖을 보니 먹구름이 밀려오는 것도 장관이다.
드디어 비가 온다.
종일 좋은 날씨를 선사하다가, 빨래가 반쯤 마를 시간쯤에 오는 비가 선물 같다.
안녕!
오늘의 발걸음에 한 가지 성원만을 지향하였어.
발걸음 모두 바쳐, 오늘의 모든 걸음에 실어 우리 가족이 염원하는 행복한 결과(!)를 바랬지.
22.2km를 7시에 시작하여 오후 1시에 마쳤으니 거의 쉬지 않고 도착하였어.
처음엔 체기가 있어 고전했으나 막바지에는 가벼워질 수 있었으니 기도가 이루어질 거야.
그리될 거야.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맞춰 현금도 달랑달랑 하네.
요즘은 카드를 안 받는 곳이 없고 수수료 혜택 또한 좋다 하니 맘 놓으려고.
정말로 단기로 사리아부터 걷는 유럽인들 투성이었어.
염려해 준대로 카페에서 지갑을 열 때마다 잘 여미게 되더라고.
야구 경기를 보면서 쿠키와 커피를 즐기고 있다는 당신의 글에서 평온감이 느껴져 고마워.
아마도 거긴 많이 더울 텐데 절대 더위에 무리하면 안 돼.
그럼 다음 주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