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여러분 감사합니다.
2023년 6월 9일
먼저 한국으로 돌아 간 사람이 주고 간 두툼하고 따뜻한 장갑은 춥던 날씨가 더운 날씨로 돌아섰기에 그 후로는 쓸 일이 없었겠지만, 따뜻한 온기는 남았을 것이며, 주고 간 포트는 누군가의 끼니를 도왔을 것이다.
순례길 막바지에는 길을 걷는 것이 몸에 익은 것도 있겠고, 오랜 시간을 같이 하면서 돈독해진 덕분에 밤늦도록(초반엔 6시에, 중반엔 8시에 잠들었으니, 취침시간 10시는 늦었다는 판단이다.) 와인잔을 기울이거나 한 솥에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였다.
덕분에 취침시간이 지난 후에 들어오느라 낸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잠을 깨우는 것이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활력이었으리라.
또 감기로 고생하거나 물집이 생기거나 소화가 안 될 때 건네는 비상 상비약들은 서로를 위로하였다.
두루누비 사이트에 안내된 해파랑길, 서해랑길, 코리아둘레길, DMZ 평화의 길을 알게 되었고,
트랭글로 인증하기 위한 노력을 지켜볼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난 깨달음과 감정들을 앞으로의 인생 여정에서 꺼내어 쓸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함께 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국 8시, 여기 새벽 1시 발인제
절을 해야 좋겠으나 깨어 있는 것으로 대신한다.
장례절차 동안 아들이 상주 보좌하느라 고생하고 딸이 경을 독송하기를 계속했단다.
지 엄마 대신하겠다더니 엄마 이상의 몫을 해 내고 있다.
그래도 나는 눈물조차 미안하고 죄스럽다.
낄낄거리고, 먹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섞여서 걷고 얘기한다.
그리고 잊는다.
지금이라도 언니 곁에서 심부름하고 실컷 울고, 언니 친구들과 얘기하고 싶건만 외롭고 슬픈데 또 잊는다.
우리 중 한 사람이 장폐색으로 8일부터 여태 스페인 병원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잊고 있는 것과 같다.
누구는 일상이 깨져서 슬픈데 그 외는 다르다.
누구는 애도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웃는다.
염치없게 이 시간에 여기서 울고 있다.
800여 킬로의 산티에고 순례여행길 중에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기쁨은 항상 변하지 않는 자연 속에 상존하는 것 같다.
그러기에 인간은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작은 미물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으스대거나, 결국에는 자연의 대답 없는 불변의 진리 속에 인간은 자신의 경솔함을 느끼고, 인간관계를 통하여 즐거움을, 노여움을 느끼며 홀로인 나를 확인하고, 나만을 위한 안식처를 찾아 안도한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큰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극한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 슬픔도 지나가는 시간에 묻혀 평상을 살아가리라.
다만, 지금의 이 극한의 슬픔이 나로 하여금 나의 삶을 뒤돌아 보고, 앞으로의 나의 삶의 여정에 진실의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지금 살아 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일들이 닥치겠지만 슬기롭게 나를 이겨나가리라.
이 번 산티아고 순례 여행길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감동과 감흥을 주었는지 지금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앞으로의 삶에 많은 변화와 많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