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빼고 분석하는 '리뷰'를 쓰려니 어딘가 허전했다. 나의 톡톡 튀는 매력이 없는 글이라니, 결국 에세이로 다시 써본다. :)
그동안 대만 영화는 살짝 오버스럽고, 일본 영화는 알 것 같은 결말에 오글거린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대만X일본 콜라보의 영화라니, 마침 타이베이를 그리워하고 있던 터라 꼭 보고 싶었다. 특히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영화는, 내 세상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최대한 챙겨 먹는 편이다.
나는 사실 한동안 대만에 가는 일이 어려웠다. 내가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곳이지만, 마주하게 될 감정이 두려웠다. 자주 갔던 과일가게를멍하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시먼딩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상상해 보니 가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진심을 외면하던 날, 하나님은 대만에서의 일들을 소설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그 글을 완결지은 뒤, 대만에 다시 갈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나는 벌써 두 번이나 더 다녀왔고, 지금도 타이난의 장면을 떠올리며 여권을 만지작거린다.
지미는 '많이 좋아했던 청춘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의 고향에 갔다. 감독은 미숙한 청춘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려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미숙함'이 '서툰' 것을 의미한다면, 나도 서툴었던 과거에 대한 끝맺음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도 작별인사를 했다.
지금도 글을 쓰며 마음에 물결이 이는 것을 보니, 내가 리뷰가 아닌 에세이를 쓰고 있음이 확실하다.
평론을 배워도 기질적으로 에세이를 놓을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앞으로도 생생하게 살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