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어떤 이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의 족쇄가 된다
생전 이루고 싶었던 일과 끝내 이루지 못한 일,
남은 생 대신 살아가며 끝마쳐줄 일,
생의 마감 직전까지 바라던 어떤 일,
그 모든 것들이 족쇄가 되어 남은 삶을 찬찬히 옭아맨다
그 누구도 나에게 이런 족쇄가 채워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다
너는 내게 죽은 사람
그렇게 내 족쇄가 되어버린 사람
나에게 흔하디 흔했던 세월 중 하루는 한없이 무거운 것만 같다
사랑하던 이를 차가운 세월 속에 갇히게 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나라는 그 꼬리표가 얽히고 얽혀 내 숨통을 고요히 조인다
이제는 누구를 향해야 할지 갈피도 잡지 못한 원망의 화살표가 나에게로 향한다
명확한 가해자가 없는 이 원망에는 끝이 없다
나는 과연 누구를 증오해야 하며 누구에게 사과받아야 하며 어떤 형태의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걸까
이런 것조차 치료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말라비틀어진 내 삶 마저 바칠 수 있을 텐데
어떤 것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던 수많은 나의 밤은 이제야 제 온도를 찾은 듯 미지근하게 식어버렸다
그 밤을 대신 채워 줄 누군가를 끝없이 열망하고, 그리며 나를 해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사랑도 사람도 아닌 단지 어떤 이의 체온일 뿐
단 몇 초, 몇 분이라도 좋으니 말이다
다른 건 필요가 없다
다른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사랑의 밑바닥이 얼마나 추악하고 어둑한지 깨달아버렸기에
이제 더는 나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