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그렇게 운이 좋지? “
지겹도록 들어온 말
나조차도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아주 달콤한 말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그들에게 보란 듯 살아왔다
그러니 단지 순간의 운이 없어서 겪은 일일 뿐이어야 한다
겪어낼,
겪어낼 수 있는,
이겨낼 수 있는 일이다
그래야만 한다
사람은 나를 표현하는 어떠한 말을 계속 들으면
마치 내가 그러한 사람인 것처럼 살아간다
그래, 이제야 알았다
나는 운 따위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내가 그랬다
내가 나를 한번 더 죽였다
너는 과연 나의 어디까지를 망가트리고 싶었던가
나는 과연 어디까지 더 망가질 수 있을까
스스로를 지키지 않은 쾌락의 끝은 한없이 비참하기만 하다
궁금했던 것도 같다
삶에 대한 어떠한 의지와 의미를 모두 잃은 자는 어떨지
빛을 보기 두려워 눈을 감아버리게 되어
영영 뜨지 못할 눈으로 흑백 속에서나마 간신히 숨을 붙이며 살게 되는 걸까
언젠가는 눈 뜰 날을 기다리는 것조차 하지 않으며 말이다
정말 죽은 것처럼 그렇게
내 세상이 아직 그 20분 남짓한 시간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너는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지
나보다도 더 아꼈던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던 마음
고단함 그 끝에 잠들 밤이 안온하길 바라던 마음
몸이 기억하는 내 습관들이 죽은 나와 함께 여기 남아 있다
바로 여기, 온통 흑백인 세상 속에 갇힌 채
나는 너를 절대 내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내가 알았다
그 마음을 무기 삼아 나를 해친 건 온전한 너의 선택이었으며 나는 우리 관계의 어떠한 선택에 반발한 적 한 번 없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마치 첫눈이 내린 듯 깨끗하던 두 눈을 피로 붉게 물들이고, 품어줄 줄만 알았던 찹디 찹던 두 발을 아스팔트 바닥에 내던진 게 다름 아닌 너라는 그 사실이 끔찍하게 가슴에 아른거린다
다름 아닌 나를 불태우면서 만큼 사랑했던 단 한 사람이어서
딱 그만큼 가슴이 시린다
결국 잊힌 것과 결코 잊히지 않는 것
어떤 것이 더 괴로운 일일지
나는 흑백뿐인 이 세상에서 이미 답을 아는 고민을 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