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by 배 지원

모든 일에 솔직할 것을 바랐다

어떤 솔직함은 이기적일 것임을 눈감은 채

이기적일지라도 과연 이기적인 순간일지라도 그 순간조차 빼앗기기 싫었다

나는 솔직함을 바랐던가 나에게만큼은 이기적일 것을 바랐던가


왜 인간의 촉은 무시할 수 없을까

짧은 세월이든 긴 세월이든 겪어왔던 모든 삶,

스쳐 지나갔던 모든 인연들이 나에게 주는 신호이기에

무시할 수가 없는 걸까

단지 촉이었다

나와 입 맞춘 너의 입술과 나도 모르는 새 함께 입 맞추었던 어떤 이들

공허함을 잠시나마 채워주던, 나의 것이라 생각했던 너의 품을 하룻밤사이 품었을 어떤 이들

나는 고작 내 촉 하나를 무시하지 못해서 과연 몇 명의 사람들과 몸 섞었음을 깨달았을까


왜 나와 함께함에 만족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것이면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습게도 단지 그거라면 만족했을 나를 한껏 비웃을 너의 웃음이 아릿하다

정말 우습다


일 초

한없이 뛰던 심장의 박동이 멈추었다

나에게만 주던 사랑이 나만의 것이 아님에

이 초

그렇게 내 세상이 무너지듯 바스러졌다

곤히 잠든 너의 곁에서 더 이상 쓸 수 있는 힘이 없기에

삼 초

외면하고자 했던, 어쩌면 영원하지 못했을 걸 앎에 그리 애절했던 우리를 인정했다

생각보다 슬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게 내가 받을 벌이라 생각해서 달았나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마치 이리될 걸 예견이라도 했던 사람처럼 굴었다

우린 도저히 영원할 수 없었다


매우 따뜻했던, 더위를 잘 타던 나에게는 오히려 뜨거웠던 계절

한순간에 손 끝이 시릴 만큼 추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혹여나 식을까 품에 넣어 사온 십원빵이 그토록 차가웠다는 사실을 너는 죽어도 모를 거다

너는 그 품이면 모든 게 될 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 식은 온기조차 나를 녹여줘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너는 죽어도 알 수 없을 거다

뜨거운 척이나 하고 싶었을까

그런 게 아니면서


용서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내 진심을 배반한 너와 나를 용서할 수가 없다

왜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했나

깨끗한 만남이 아니라면 그 끝도 더러울 거란 사실을 왜

왜 그랬을까

이리 끝날 사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다 알면서도 나를 속였다

그렇게 내가 나를 속였다


가진 거라곤 힘밖에 없던 너는 그렇게 나에게 네 모든 것을 쏟아냈고,

외면하는 방법밖에 몰랐던 나는 끝내 도망쳤다

아주 멀리 계속 달렸다

폭력과 회피의 굴레가 맞닿은 순간

비로소 우리에게 끝이라는 것이 보였다

끊어내질 못해서 끊겨버린 거다

그런 것들밖에 보고 자란 것이 없던 이들에게 이보다 더한 지옥이 있기야 할까


나는 도대체 이 수많은 의문을 누구에게 던져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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