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어도 좋겠다

by 배 지원

한 구석이 채워지지 않은 채 조금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들은 서로를 안다

알 수 있다

하나의 단어, 찰나의 눈빛과 손짓만 봐도 안다

그들의 결핍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채우고자 하는가

그리고 그들의 눈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는 무엇을 채우려 하는가

스스로 알 방법이 없기에 다른 이의 힘을 빌리는 거다

나도 알 수 있었다 너는 나와 같다는 걸

사랑받아본 적 없는 두 사람이 만나

뭔지도 모를 그놈의 사랑이란 걸 해보려 애썼으니

그 서투름이 창피할 정도로 사랑했다


눈이 잘 내리지 않던 1월의 한겨울에 만나

너를 괴롭히던 꽃가루가 날리는 봄을 지나

타버릴 것 같이 숨 막히는 우리가 싫어하던 여름을 이겨내고

온지도 모르던 짧은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

너는 나에게 총 여덟 번의 계절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항상 너보다 조금 더 늦게 잠들었다

몰랐겠지만

어떤 날은 네 무거운 팔에 눌려서 숨 쉬기도 버거운 몇 분을 보내고,

또 어떤 날은 잠든 네 얼굴을 내 눈으로 하나하나 읊으며 몇 분을 보낸 뒤에야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의 끝에는 항상 같은 생각을 했다

'오늘이 내가 눈을 감는 마지막 밤이 되어도 상관없겠다.'


우리가 모든 게 잘 맞았다는 건 당연한 거짓이겠지

아, 오히려 나쁜 쪽으로 잘 맞았다는 게 더 어울리겠다

그렇기에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히


나조차도 아까워하지 않던 내 젊음을 아까워한 사람

감히 상상도 못 할 거다

내 젊음을, 청춘을 모두 너에게 바치고 싶었음을

참 어리석게도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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