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순애, 순정
그저 낯설 뿐이다
이런 사랑만이 있는 깨끗한 세상이 아닌 걸 아는데
나는 기억력이 좋다
우리의 첫 만남이 꽤나 강렬했던 사실을 감안해도 말이다
서로를 향한 끌림에 비례하게 밀어냈고 우습게도 그 다짐은 몇 시간을 채 못 버티고 무너졌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다 뿌리치고 달려갔다
네 품에 안겨 밤새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밤을 보내고
네 품에 안겨 아침을 맞이하면 몰려오는 허탈감에 몸이 너무 무거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도망치고
또 안기고
그땐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
결국 우리는 만나게 될 사이였는데
내가 모르던 취향을 너를 통해 배우고
네가 몰랐던 취향을 나를 통해 가르쳐줬고
그게 그렇게나 소중했고 애틋했다
정말 너무도
언제 다 마신 지도 모를 소주병들과 맥주캔들을 한쪽에 모아두고
재떨이에 남은 맥주를 한 방울씩 나눠 붓는다
네가 먼저 입에 담배를 물면 그제야 나도 따라 물고는 말없이 불을 건넸지
3분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면 마지막 연기가 흩어지기도 전에 서로를 피우기 바빴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또 3분
총 36분의 한 세트를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반복했다
마치 오늘이 지나면 이 세상에서 사라질 사람들처럼
어쩌면 말간 사랑만이 우상인 곳에서 우리는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걸 나도, 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