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 비다, 없다, 헛되다
안녕하지 못한 채 안부를 묻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이제는 바래버린 단어들이 문득 괴롭힐 때가 있다
가령 우리라던가 영원이라던가 뭐 그런
숨 쉬는 게 당연하듯 너를 사랑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 굳어버린 건 나뿐이다
어떻게 그랬을까
어떻게 내 세상이 온통 너일 수 있었을까
그럼에 더 괴로운 사람은 내가 되었지만 종종 내 마음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진다
분명 예전의 나였다면 명료한 답을 내주었을 건데
어쩌면 나는 이 질문의 답을 평생 찾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라도 한 듯
인간의 마음이 참 신기한 게 지옥인 걸 알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옥이 달콤해진다
이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우리의 사랑도 그랬다
어떤 말이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길까를 생각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 서로를 더 꽉 끌어안았으니까
이게 지옥이지
남은 게 없는데 왜 아직 벗어나지를 못한 건지
역겹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