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시절, 내게는 한 분의 동교과 선생님이 있었다. 그분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주셨고, 어떤 의견이든 민주적으로 들어주셨다. 나 같은 신참에게도 동등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저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막연한 동경이었다. 저분의 여유로움, 포용력, 학생들을 대하는 따뜻함까지. 모든 게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었다. 경험도 부족하고 자신감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속초에 와서 4년째, 여전히 그분처럼 되고 싶다. 후배 선생님이 왔을 때 그분처럼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학생들 의견도 끝까지 들어보려 한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한다.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동경이라는 건 신기하다.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나를 그 사람에게 가까워지게 만든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닮으려고 노력하게 되니까. 그분을 보며 배운 건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이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방향은 보인다. 실행이 잘 안 될 뿐이지.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선생님, 안정된 직업이 뭐예요?" 진로 상담을 하던 중 J가 던진 질문이었다. 부모님이 안정된 직업을 가지라고 하신다는 얘기와 함께.
안정이라는 단어를 곰곰 생각해봤다. 경제적 안정? 사회적 지위의 안정? 아니면 마음의 안정? 같은 단어지만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안정이라는 건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거야." 내가 한 말에 J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뜻이에요?"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그 일을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안정이야. 겉으로 보기에 안정적인 직업이라도 본인이 불행하다면 그게 진짜 안정일까?"
오늘 점심시간에 동료 K선생님과 이런 얘기를 나눴다. "나는 교사가 된 게 정말 다행이야.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정돼." 남양주 근처에서 기간제로 일할 때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학교를 경험하며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고, 여러 동료들을 만나며 교육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다만 그때는 '다음은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 한편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다르다. 여기 속초에서의 일상이 나에게 깊은 뿌리를 내린 듯한 안정감을 준다.
저녁에 영랑호를 걸으며 생각했다. 안정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균형 잡힌 상태다. 흔들리되 넘어지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