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윗집 아저씨는 집을 나설 때마다
구두를 신었다
오후 2시쯤 계단을 내려가서
새벽 3시쯤 다시 오르는
아저씨의 구두는 대체로 취해 있었다
꾹꾹 누를 수 있는 것이 모서리뿐인 듯
계단을 오를 때마다 꽝꽝 구두가 울었다
우는 구두가 내 방 앞으로 지나갈 때에는
내 방 바닥도 따라 꽝꽝 울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잠에서 깨어
윗집 아저씨의 울음이 부디 충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다시 잠이 들면 나는 꼭 꿈을 꾸었다
가슴을 쾅쾅 내리치며 흐느끼는 중년 여인의 굽은 등이나
집에 돌아와서도 가방을 내려놓지 못하는 어두운 손이나
기둥 뒤에 숨어 있던 침묵이나 거짓말 같은 것들이 번갈아 나를 쳐다보았다
꿈이라는 생각을 꿈에서도 했지만 도통 깰 수 없는 꿈을 꾼 날에는
오래 걸었다
되돌아갈 길이 아득해질 때까지
길 위에 지난 꿈을 몰래 버리며
주머니 속에 새로운 바람을 한 움큼씩 훔쳐 넣었다
꿈을 다 버리지 못했을까 봐 멈칫대는 시간
내 방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턱턱 운동화가 울었다
어둠의 자락이 접히는 안쪽에 수북한 누군가의 어제와 오늘들
모든 울음이 밀려 쌓인 모서리
윗집 아저씨의 구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