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평 가게

Poem

by 김조민

1평 가게


김조민



내 방이 지겨워진 나는 방을 나섰다

문을 나섰다 길을 걷다 갈림길을 만나면

늘 걷던 길 대신 골목길로 들어선다


두 명의 어깨가 부딪치며 지나가는

그 좁은 길에도 꽃 화분들은 나란히

벽에 기대 이토록 순정한데


어릴 때

내가 매번 숨던 다락처럼 얕은 이층집

포근하게 더러는 피곤하게 서로의 턱을 받치며 졸았다


그 골목을 터덜터덜 걷다

모퉁이를 따라 텅 빈 벽을 따라 골목은

큰 길로 이어졌는데 언제부터 있었을까


1평 가게

도자기로 구워낸 고양이 가족 여럿 거느리고

소문도 내지 않고 바람처럼 들어앉아 다정했다


한창 놀다 하늘을 보면 어느새 저녁노을이었고

걷는 법을 모르는 아이처럼 집으로 뛰어들면

엄마의 앞치마에 묻은 저녁 반찬 냄새 훔치던


내일이 무엇이어도 상관없는 그날 같아

유리창 바깥에서 동그랗게 눈매 뜨거워지는데

내 마음도 모르고 사장님은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내 등 뒤로 모자가게 아줌마가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어느 집 일용할 양식을 배달하는 홈마트 사장님의

자전거 패달 밟는 소리가 저 멀리 길게 끝나면


철없는 소리 작작하라며 등짝 때리던

엄마 소리도 들렸으면 좋겠다

1평 가게 사장님이 자꾸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윗집 아저씨 구두 때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