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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꽃처럼 피어났다

Poem

by 김조민

내 이름이 꽃처럼 피어났다


김조민



열어둔 창문으로 꽃들이 들어온다

꽃잎 위로 숨어버렸던 시간이

바닥으로 붉게 흩어져 내려앉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빛과

기원을 모르는 바람이 몇 겹의 소리로

창문 밖에서 한참이나 기웃거린다


냉장고에 붙여 놓았던 메모를 찢는다


그러는 게 좋겠다고

뜨거운 물에 찬밥을 말며 생각한다


뿌리 내릴 수 있으리라 믿었을까

휩쓸리다가 돌멩이 하나 꽉 잡고

마음 지나갈 때까지 숨죽이면 될 줄 알았다


이제 오지 않는 무언가는 실체가 없어서 좋다


투명한 현재의 바닥에 밥물이 찰박거린다

흔했던 목소리가 비껴가고 비로소 드러난 저녁 위로

내 이름이 꽃처럼 피어난다


며칠이나 엎드려 누워있던 자리에서

오늘이 좋은 향기로 퍼져온다


창문을 닫으면 가득해지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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