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이제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질주만 가능한 내리막길이 남았다 그의 발꿈치가 어디로 향하는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느새 당연했지만 문득 새로워진 길 위에서 그는 간단하게 손을 흔들어 보았다 그를 알아채는 것은 금방 흩어지는 기회와 움직이지 않는 시간뿐 영원히 잊히지 않았으므로 매번 처음인 것처럼 돋아나는 절망이 있어 차라리 안심이 되었다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치솟는 바람을 안았다 고단했던 등과 어깨가 부드럽게 뒤로 젖혀졌다가 구겨졌다 가라앉은 것들 사이에 숨겨진 문이 있었다 허물처럼 벗겨진 공포가 덧칠 된 붉은 색이었다 그는 그 한가운데에 달린 작은 고리를 언뜻 보았다 적어도 평안해 보였다 손을 뻗었으나 닿지 않았다 그러나 문 뒤에 숨은 것들을 결국 알지 못했다 그의 결정과 관계없는 내리막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