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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그

Poem

by 김조민

오늘의 그


김조민



오늘의 그는 아주 멀리에 도착했습니다 간혹 말하곤 했던 것입니다 하나의 발자국이 다른 발자국을 밀며 도착한 곳은 어디도 아니었습니다 작은 개울 앞에 그가 섰습니다 물은 서로 다른 음계로 진행됩니다 가지런히 포개거나 겹쳐 쌓았던 것은 후회였습니다 털어지지 않는 먼지처럼 그의 곁에 붙어 있던 것이 무의미였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개울에는 누군가 애써 놓았을 징검다리가 4개나 있습니다 하나와 하나 사이가 너무 멀어 그의 한쪽 발이 물속에 있어야 합니다 급하지 않습니다 우연히 벌어진 나쁜 일은 대부분 오랫동안 기억됩니다 물살이 발등을 할퀴고 지나갑니다 그때 외면이 그의 손을 잡습니다 가장 빨리 오고 굉장히 다정하지만 쥘수록 조여지는 것은 숨길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외면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 놓은 징검다리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둥그런 달이 개울 위에 떠오릅니다 발을 더욱 깊게 담그기 좋은 때이지만 들리는 것은 서로 다른 노래입니다 어둑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치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커다란 달이 개울 속으로 지고 있습니다 발등의 상처가 더욱 깊어지고 길어집니다 노래가 끝나갑니다 아주 멀리 돌아 도착한 오늘의 그는 드디어 불운을 내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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