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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속에 하나

Poem

by 김조민

모든 것 속에 하나


김조민



자그마한 상자가 바닥에 놓여 있어요

상자의 뚜껑은 닫힌 채죠

혼자 타오르고 저무는 시작이에요


그해 봄은 유독 흐린 날이 잦았습니다

꽃은 일찍 졌고 나무는 가지를 뻗지 못한 그대로

눈이 내리고 꺾이고 바닥에 놓인 채

꿈을 맞기도 했어요


상자의 안쪽은 눈물처럼 온통 암흑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바닥을 견디며 차오르던 것은 질문뿐

젖은 모퉁이에 작은 창이 생기는지도 모르는

어지러운 기도였죠


자그마한 종이상자가 바닥에 놓여 있었어요

발로 툭 차면 와르르 무너지는 껍질이었어요


맨발로 걸어오는 이가 있습니다

사랑, 절실한 기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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