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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거기 누구신가요

Poem

by 김조민

그러니 거기 누구신가요

김조민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상한 별자리를 새기는 중이죠

가끔은 빛 같기도 했던 새로운 형식의 암흑, 어제에 관한 거예요


천장이 높아지고 있어요


언제 마음에 품었는지 성찰하는 것보다

시계가 언제 멈추었는지 알아채는 일이 더 무서웠어요


글자들이 흩어져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희생되는 것은 미래겠죠

부유하는 것이 일상만은 아닌 날들 중에 제일 집요했던 것은 용서였어요

그것은 제 것이 아니어서 자주 달리는 꿈을 꾸었죠

도저히 말랑해지지 않는 기다림 같은 폐허 위를 말이에요


중력은 잊기로 해요

누군가의 주석으로 쌓아올린 바닥은 대답을 필요하지 않은 질문 같은 거니까요

핑계나 변명 위에 붙여 놓았던 스티커가 길게 하품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나의 오늘은 그 위에서 떨어지는 일만 남겨두었거든요


하지만 아직 첫 문장이 끝나지 않았어요

그러니 거기 누구신가요

문은 안쪽부터 잠겨 있지만 누구라도 문을 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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