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문학 모임 끝자리에 앉아
식사로 나온 곰탕을 뒤적이는데
어느 테이블에선가 왁자하게 웃음 터지더니
인천이 고향이라 하는 어느 시인이
하나개해수욕장 일몰을 본 거 아니라면
노을에 대해 쓰지 말라고 불콰한 얼굴로 큰소리쳤다
탁자에는 피조개무침이 시뻘겋게 맛있었는데
나도 시를 쓰는데
내 시에도 번지는 저녁하늘이 있는데
하나개해수욕장 일몰을 본 적이 없어서
곰탕을 애매하게 두드리던 숟가락을 놓고 슬며시 빠져나왔다
서울 종로 한복판
아직 끄떡없는 해를 바라보자니 이참에 나도
제대로 된 노을이나 보자고 지하철이 달리고 버스도 달리고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했지만
바다와 하늘이 경계 없이 섞인 거대한 어둠만 그득했다
나는 이제 노을에 대해 쓸 수 없겠구나
조금만 주도면밀하게 쫓았더라면 성급하게 내달리지만 않았더라면 좋은 날을 잡았더라면 그런 날이었더라면 온갖 라면이 해변가에 쌓이고 그런 내가 한심해서 눈물도 살짝 났는데
저기 멀리 반짝 가로등 옆으로 햇무리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내내 상상하던 해가 아주 잠깐 빙긋 나타났다 사라졌다
자주 울었던 날들은
저렇게 멋진 태양을 보여주기 위했던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