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비 그친 후
김조민
희망이 사라진 시간을 먹는다
부스러기가 그 흔적 위에 떨어진다
처마 밑에 숨었던 새들이
접었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바람이 분다
나뭇잎이 빗방울과 함께 떨어진다
내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떠난 자리
비에 젖은 흙에서 형벌처럼 시가 자라고
오늘이 우두커니 휘파람을 분다
어둠과 함께 바깥이 인사도 없이 들어온다
달은 어제의 것이다
기억해야 할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은데
노을이 진다
꽃이 진다
오래 내리던 비가 그친 후에야
젖어있는 마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