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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Sep 11. 2024

Poem

늪               


김조민



저 늪에는 파란 눈물이 고여 있다.     


하늘이 내려와 둥지를 틀고     

물푸레나무들이 옹기종기 이끼의 발을 담그는,     

저 늪의 파란 잉크에서 산란하는 잉어는     

*모래의 여자를 닮았다.     


메마르게 서걱이는 갈대도 저곳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몬순의 구름을 몰고 와 발뒤꿈치를 적시며     

몸의 균형이 흔들리는,     


늪의 둔덕에 앉아 우두커니 초록의 파장을 지나는     

소녀를 바라본 일이 있다.     


긴 강물의 흐름에서 벗어난 외톨이 미아가 흘리는 젖은 서신     

종자 씨앗 같은,     

하루살이 그 배후를 촘촘히 걷어내며 읽노라면     

어깨 툭 치는,     


그 소녀의 늪에 갇힌 잔물결, 소년이 된다.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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