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당겨 앉은 의자 뒤에 숨긴 것은 무엇입니까
달콤한 이유가 제시됩니다
질문으로 시작된 거짓말이었어요
긴 소매 끝에 달린 것은 더러운 핑계, 간발의 차로 떠났던 속셈입니다
어디에나 있던 시간은 문지를수록 번지는 길을 만들었죠
바람에 뒤집힌 나뭇잎이 잠깐 반짝였던 것은 차갑지만 날카로웠던 예언 같은 것입니다
오늘의 일기에 적을 목록은
가장 가까운 비의 거리는 53킬로미터
가장 먼 산책을 떠나는 두 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공포
나는 그저 드디어 도착하기를 바랐을 뿐이었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발을 뻗으면 어둠이 멈추지 않는 속도로 데려다줄 것입니다
바닥을 끌며 걷는 그림자가 의자에 내려앉습니다
당겨 앉은 의자 뒤에 놓인 것은 공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