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접시에 놓인 시간을 이리저리 뒤적였어요
당신과 나 사이에 낙담이 고여 흐르는 것을 보았죠
우리가 끝에 다다라 고인다면 무엇이 될까요
길고 긴 어딘가로 희미해졌으면 좋겠다고
속삭였어요
길가에는 맥없이 자라난 목소리만
수줍게 수줍게
활짝 피어나던 오후였죠
지나간 사진을 들여다보며 잠깐 웃기로 했던 어제가
펄럭이며 날아올라요
한 걸음에 하나씩 잊기로 했던 약속은 이제 막
시작되었어요
돌아보면 벌써 저녁인데
더디 오는 바람이길
집으로 오르는 계단참에서 한동안 머뭇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