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조민 Sep 13. 2024

계단참에서 든 생각

계단참에서 든 생각                


김조민


    

접시에 놓인 시간을 이리저리 뒤적였어요 

당신과 나 사이에 낙담이 고여 흐르는 것을 보았죠 

우리가 끝에 다다라 고인다면 무엇이 될까요

길고 긴 어딘가로 희미해졌으면 좋겠다고 

속삭였어요     


길가에는 맥없이 자라난 목소리만 

수줍게 수줍게 

활짝 피어나던 오후였죠     


지나간 사진을 들여다보며 잠깐 웃기로 했던 어제가

펄럭이며 날아올라요 

한 걸음에 하나씩 잊기로 했던 약속은 이제 막      


시작되었어요     


돌아보면 벌써 저녁인데 

더디 오는 바람이길 

집으로 오르는 계단참에서 한동안 머뭇거려요     

작가의 이전글 닫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