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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Poem

by 김조민

현미경


김조민



나는 맨눈으로 볼 수 없는가요?


내가 연구하는 것들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조차도 현미경 속에서

다른 미생물과 구분되는 긴 끈을 흔들며

커다란 머리와 꼬리를 뽐내고 있습니다.


눈을 뜨면 현미경은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안경을 벗고 눈을 감습니다

연구실 밖으로,

소요산행 역방향으로

고향집 논두렁에 내다버린 장롱 너머로

내 걸음이 신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을 감은 내가

현미경 아래를 달리고 있습니다


나는 우주 속 미생물인가요?

손에 든 비커는 지구입니까?

현미경이 슬라이드에 담긴 미생물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들여다보는 것인지요?


온데간데없는 나

한 줄기 어둠이 등 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눈을 뜨고도

나는 눈을 뜨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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