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긴 누구한테 빌어? 결국 내가 할 건데.
소원은 셀프 서비스?
사람들 참 소원 비는 것 좋아한다. 새해가 되면 매일 보는 해를 굳이 보겠다며 그 추운 겨울밤에 명소를 찾아가고, 유명한 관광지 동상은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파리도 미끄러질 만큼 반들반들해져 있다. 남의 이야기처럼 했지만 필자도 사실은 수능 전날 하느님, 부처님에 알라신까지 마음속으로 불렀던 사람이었다.(물론 필자는 무교다)
우스갯소리로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로또 당첨을 비는 후손에게 조상님이 하는 말이, '아니 일단 로또를 사야 당첨이 되게 하든 말든 하지!' 웃겼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었는데 매일 연금복권 당첨을 습관처럼 외지만 정작 복권을 사지는 않는 나의 모습이 생각나서였다.
■로또 당첨은 마음대로 못 해도 로또 사기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의 영역이 있다. 예를 들면 앞서 말한 복권 당첨같이 행운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나, 또는 불치병처럼 불가항력적인 힘이 작용하는 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다. 이제껏 경험한 나의 병은 야생마같은 존재였다. 친근하게 먹이를 주고 어르고 달래 보아도 어느 순간 뒷발로 나를 차 버리는, 감히 길들일 생각을 할 수 없는 존재.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리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도 손이 닿는 부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결국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로또 1등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1등을 하기 위해 매주마다 로또를 100장씩 사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서히 생활 습관, 성격, 생각까지 거의 다른 사람이 되었다. 지금 이 병에 차도가 있다면 그것은 요행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건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바꿔본 그 '행동'이 바위를 뚫는 물방울처럼 하루 한번씩 똑, 똑, 굳게 잠긴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리라.
하루 아침에 바위 깨려다가 자기 머리 깨지는 계란 말고, 백년 걸려도 결국 돌을 뚫는 물방울 같이 집요하게 살아가기로 오늘도 다짐한다. 치유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반드시 더 나은 삶이 올 것이다. 소원을 빌긴 누구한테 빌어? 결국 그거 하는 건 난데.
나님이시어, 미래의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하소서. 병 더 키우지 말고 돈도 좀 많이 벌어 두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