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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

by 김정욱

7-11. "탕탕- -"


누군가 벨 대신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누구세요?"

"진아 엄마, 나 혜주 엄마야. 큰 일 났어- - 문 열어 봐- - "

아래층에 사는 혜주 엄마는 그동안 비슷한 연배라 서너 번 말을 섞어 본 처지였다.


"무슨 일인데요?"

"아- - 글쎄- - 이 빌라가 경매에 넘어 간다잖아. 통지서가 왔는데 - - 우리도 모를 뻔 했는데- - 그 서류가 우리 집에 잘 못 들어와서 알게 됐지 뭐야- - 우리 이제 어떻게 해- - ?"


그렇다. 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빌라는 땅주인이 따로 있었다. 빌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땅 지분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애초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이 따로 있었고, 5년이 지나면 땅을 매입 해 주기로 하고 땅을 내 준 것이었는데, 건축주가 지대료 3년치만 선납하고 빌라를 지어 분양하고 나 몰라라 잠적 한 모양새였다. 그동안 빌라는 집주인이 여러번 바뀐 경우도 많아, 진아네도 그렇고 혜주네도 그렇고 그 사실을 오늘에야 알게 된 것이다.

민오가 가고 바로 집을 팔았다. 좋은 기억이 없는 집이다.

같은 동네, 작은 빌라를 샀다. 익숙한 동네를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복잡하고 소란스런 날들이 지나고 경매가 끝나자 연숙의 손에 남은 것은 집 값의 절반 정도였다.

보통 직장인의 2 년치 연봉을 순식간에 날리자 연숙은 가슴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세상은 이렇게 무서운데였어- - '


그동안 태평하게 살아 온 지난날들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연숙은 남편이 떠나고 닥친 큰 일을 치르고 혹독하게 세상공부를 했다.

서둘러 이웃 동네에 방 두 칸짜리 전세로 집을 옮겼다.


얼마 후, 그런대로 진아와 작고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몸과 마음이 바쁘게 살고 있었다. 아쉬운대로 동네 마트에 일자리도 잡았다. 일 년 계약직이었지만 뭐- - 괜찮았다.

문제는 혼자 벌판에 내버려진 느낌이야 그렇다쳐도 도무지 힘이 나질 않는 거였다.

공연히 툭툭 거짓말처럼 눈물이 떨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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