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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

by 김정욱

8-11. 오늘같이,


누구라도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난 날이면 그 증세는 더 심해져 차라리 땅 속으로 꺼지는 듯 깜깜한 절망을 느꼈다.

나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들이 남아 있을까?

무언지 모르게 일상이 불안하고 조심스러웠다. 다리 3개로 서있는 탁자라고나 할까. 서 있기는 서 있되 어느 한 쪽을 잘 못 누르면 상 자체가 무너지고 마는 치명적 구조였다.


한 때나마 이혼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잘 살고 있는데 유독 나만이 불행하다고.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그만둬야 한다고 수 십 번 생각은 하였으되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자립에 대한 공포가 그것이다. 사실 허리 디스크로 고생해 온 그녀로서는 몸으로 하는 일에는 겁부터 먹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공부를 한 것도 아니어서 도무지 자신이 가질만한 직업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거기다 두려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장벽이 되었다. 민오가 까탈스럽고 자존심 상하게 하지만 다른 큰 문제가 있는것은 아니어서 이래저래 핑계가 되곤 했다.


어쨌든 연숙은 자신의 감정기복에 따라, 어떤 날은 아주 불행한 여자가 되었다가 어떤 날은 경제관념이 철두철미한 듬직한 남편을 가진 괜찮은 여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 새삼 남편이 그리운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상실감에 뒤늦게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얼굴이 많이 부었어요- - "


마주친 직원이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말로 건냈지만 연숙은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비참해졌다.

왜 자신은 끊임없이 남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것일까? 이제는 면역이 될 법도 하건만 매번 새롭게 상처를 입었다.


"힘 내세요 - -"


타인의 위로가 힘으로 쌓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숙은 우울해지는 기분을 털 듯 머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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