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난 괜찮아- -
잘 될꺼야- - 문제 없어- - 우리 진아도 옆에 있고- '
"진아 엄마. 이사 오신지 얼마 안 됐죠? 오늘 저녁 8시에 번개 모임 있어요. 잠깐 오실래요?"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이웃과 인사도 못하고 지냈는데, 마침 오늘이 모임이란다.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연숙은 서둘러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이 분은 갑순 언니. 5학년 8반. 시장에서 양말장사 하시구요. 외로운 싱글입니다. ."
"이 쪽은 동순 언니. 마흔 넷. 돌싱입니다. 작은 회사 경리사원입니다- -"
"저는 꽃다운 새댁. 서른 하나. 기한부 싱글입니다. 남편은 인도네시아에 나가 있구요- -"
"네- - - 저는 마흔 일곱. 싱글. 아니 돌싱인가? 지 연숙입니다. 아직은 사회생활, 혼자생활 뭐든 서툴고 눈물 많은 못난이랍니다. 저두 즐겁고 유쾌하게 살고 싶은데- - 그럴 수 있을까요?"
"네, 네- - 그럼요- - 환영 합니다- -"
짝짝짝짝!!!!
오늘 번개 모임은 옆집에 사는 갑순 언니가 연숙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알고 보니 근처 이웃에 모여 사는 싱글녀 모임. '싱싱회' 였다.
총 인원은 6명. 오늘은 50프로 출석.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니 출석은 자발적. 한 달에 한 번 정모. 오늘처럼 번개는 번개처럼, 불시에. 3번 불참시 무조건 그 집에서 모인다. 회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뭉친다. '싱싱회' 언니들이 뭉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생각, 백짓장도 6명이 들면 더 가볍다는 진리- - - 멋지다!
큰 언니, 작은 언니처럼 서로 어깨를 대주는 정 깊은 이웃.
오늘, 연숙은 오랜만에 스르르 - -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풀리는 따뜻한 자리였다.
저마다 베틀로 각각의 히스토리 열심히 짜며 살아가고 있는 언니, 친구, 동생.
연숙은 새삼 이 동네로 이사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척박한 세상에 쓸모없는 넋두리, 하소연도 다 들어주고 토닥토닥, 좋은 사람들을 친구로 가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흐믓한 일이다.
웬지 부자 된 느낌??
'그래- - 힘 내는 거야- - 세상엔 싱글도 많고, 그 많은 싱글 중에는 분명 씩씩하고 멋지게 사는 사람도 많을꺼야- - -지 연숙 할 수 있어- - '
연숙은 자신을 위로하며 스스로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