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해마다 운동회나 기념일에는,
인근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학용품들을 많이 기부했지만, 선생님들은 공부 잘 하는 아이나 말 잘 듣는 아이에게 한 개씩 줄 뿐 나머지는 교무실 캐비넷에 쌓아놓고 선생님들이 썼다.
처음에는 옥빈이가 민자의 필통을, 그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뒤에 지우개까지 달려 있는 노란색 연필을 부러워한다는 걸 몰랐다. 왜냐면 그 아이는 자기 생각을 언제나 당당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자신의 부러워하는 마음을 참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침 발라 쓰고 있던 몽당연필이 부러지자 옥빈은 민자를 쳐다보았다.
"나한테 연필 하나 줄래?"
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주라니 - - 민자는 어리둥절했다.
"넌 많이 가졌고, 한꺼번에 다 쓰는 것도 아니니 하나를 나에게 줘도 괞찮다는거야 - -"
순간 옥빈의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해서 연필 하나를 건네줬다.
민자는 옥빈의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 연필이 없는 친구가 있는데요 - - 그럴 땐 제 꺼 하나 줘도 돼요?"
"형편이 어려운 친구인가 보구나 - - 그래 니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
시작은 그랬다.
당당하고 뻔뻔해진 옥빈은 그 후로 민자 모든 물건들을 공유했다.
항상 옥빈은 이랬다.
"내가 해도 되지? 넌 또 있잖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