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옛날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입학때부터 시작이었다.
지 옥빈.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름. 그 애는 우리 동네 끝, 산 자락에 사는 아이였다. 몸집도 왜소하고 새까맣던 그 애는 두 눈만은 똘망똘망 언제나 반짝였다.
꽤 귀엽게 생긴 옥빈은 목소리 하나만은 굉장히 컸다.
조용히 말하는 법이 없이 언제나 큰 소리로 목청껏 소리쳤다.
"이건 내꺼야 - - 내가 제일 먼저 왔다구 - - 내가 먹을꺼야 - - 싫어 - - 안 해 - - 갈꺼야 - -"
매사에 확실하게 의견을 말하는 옥빈은 그때그때마다 큰 결심을 하는 아이 같았다.
항상 조그맣게 말하고, 생각한 것을 입 밖으로 잘 내지 못하는 민자는 그 아이가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우물쭈물 말 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른들의 성화를 받고, 어른들이 정해준대로 따랐던 민자는 좋은 건 좋다고, 싫은 건 싫다고 제 주장을 내세우는 그 아이가 부러웠다.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지나치게 영악하고, 거짓말도 진짜같이 말한다고 그 아이를 나무랬지만, 민자가 보기에는 어른들의 눈빛에도 기죽지 않는 씩씩한 친구였다.
처음에는 민자가 옥빈을 따라다녔다.
"너, 내가 좋구나?"
옥빈의 그 한마디로 우린 친구가 됐다.
미군부대에 다니는 민자 아버지 덕에 집에는 미제 초콜릿이나 통조림, 공책이나 연필, 지우개등 다른 친구들에게는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매사에 꼼꼼하게, 다정하게 신경을 쓰는 부모님 덕분에 민자는 무심하게 학교만 잘 다니면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우린 붙어 다녔다.
작은 시골동네라서 학년별로 한 반이 전부였다.
민자는 매일 저녁, 아빠가 깍아준 연필, 지우개를 예쁜 공주필통에 얌전히 넣고 다녔다.
그러나 옥빈은 필통도 없이 몽당 연필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공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