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 늙은이들은 끼니를 몇 번 거르면,
당장 기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자꾸 누우려고 하고 누워있으면 더 기력이 없어지고 어딘가 숨어 있던 통증들이 살아난다. 이곳저곳 쑤시고 결리고, 거기다 맘까지 아프면 생병이 도진다. 보호자에게 알리고 허락이 떨어지면 병원에 가서 영양제라도 맞아야 한다. 물론 비용은 보호자 몫이다. 보호자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시설에서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당연한 오해를 한다.
그러므로 식사를 잘 하지 않으면 그날 근무하는 담당자는 애가 달아 억지로 떠먹이기도 한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 하듯.
"한 입만, 한 입만. 입 크게 벌리세요. 아. 아. "
나는 식사 때가 되면 고역이다. 따뜻한 곰탕 한 그릇, 고기 듬뿍 넣어서 잘 익은 김치와 배부르게 먹고 싶다. 얼큰하고 칼칼한 곱창전골 앞에 두고 소주 한 잔, 명희가 잘 하던 맵싸한 청국장 뜨끈한 밥에 얹어 먹던 꿀 같던 맛도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
이젠 모두 머나먼 옛일이 되었다. 나는 요양원 식사에 길들여지지 못하고 제일 힘든 일이 되버렸다. 억울한 건 규칙적인 식사와 소식을 하는 덕에 더 오래 살 거란 얘기다. 젠장!
배 영감, 그에게로 자꾸 맘이 쓰였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내 앞가림도 겨우 하는 주제에 남에게 신경 쓴다는 건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시설에 들어 온 지 2년이 지났다는데 아직 결기가 살아 있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우렁 울림이 커서 방에서 얘기해도 복도 밖까지 아주 잘 들렸다. 담당자에게도 무람없이 의견을 주장 했으며, 어떤 날은 아주 유쾌했지만 어떤 날은 아주 침울했다.
담당자들 속삭임으로는 치매 초기라 했고 곧 판정이 나오면 다른 건물로 옮겨 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