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내 앞의 생(길수 이야기)

by 김정욱

12-15. "최 길수 어르신. 일어나세요. 아침이예요. 아침!"


소란스런 느낌에 눈을 떴다. 6시 20분.

제길, 새벽일 나가나? 늙은이들을 6시 반부터 아침을 먹이다니. 하긴 벌써 깨어 아침을 기다리는 늙은이도 있다. 밍밍하고 심심한 국물. 건더기 몇개 떠다니는 북엇국에 밥 한 주걱, 야채 쪼가리 몇 개에, 싫어하는 호박나물, 생선조림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정 붙지 않는 스텐 식판까지. 따스한 것들도 식판에 담기는 순간 식어지고 맛이 떨어진다. 오늘 아침도 도대체 먹을 게 없다. 먹을 수가 없다. 담부터는 국이라도 건더기를 많이 달라고 해 봐야지. 그럼 뭐 해? '알겠어요' 대답은 잘 하지만 매 번 담당이 바뀌니. 늙은이는 그저 국물만 먹는다고 누가 그러나?

시설 내에서 말 많은 늙은이는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원장이고 사무장이고 복지사고 요주의 인물은 관찰대상이다. 요주의 대상이 되면 좋을게 하나 없다. 더 신경 써 주는 것이 아니라 더 통제된다.

반찬을 골고루 드셔야지요, 국물을 드셔야지요, 영양분이 국물에 있는데. 앉아 계시면 안돼요. 걸으세요. 하나, 둘, 하나, 둘. 다리 힘을 길러야지요. 웃으세요, 박수를 치세요. 짝! 짝! 짝!

행복 호르몬이 나온대요.

그들의 말은 언제나 옳다. 정답이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어떤 의견이든 내지 않는다. 사실, 이건 이렇게 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냥 덮어둔다.

모든 규칙들은 시설 근무자들 중심으로 짜여 있다.

그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시작되고 끝이 났다.

늙은이들이 아침을 먹어줘야 8시쯤 그들의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 저녁도 4시 반, 늙은이들이 참 같은 식사를 하고 나서 6시에 그들의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이상하게도 늙은이들은 그들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그들의 일거리일 뿐이다. 식사를 잘 하지 못하면 체크 대상이다. 아니 제일 중요하다. 배설과 함께. 운동을 거르거나 목욕을 거르는 건 그냥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식사를 몇 번 안하거나 배설을 몇 번 안하면 문제가 된다. 바로 조치가 내려져 근무자들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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