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태오와 승규
태오는, 정희와 결혼하고 맘고생을 했다.
예민한 정희는 스스로 행복하지 못했다.
무슨 까닭인지 태오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속 시원히 말이라도 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상담을 받아보자 했지만 불같이 화를 냈다.
승규가 6살때, 자신을 놓아달라 했다.
승규만 보라고 - - 나는 괜찮으니 승규만 보라고 - - 태오는 빌었다.
승규를 엄마 없는 아이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자괴감이 들고 비참해졌다. 결국 그녀를 설득하지 못했다.
무뚝뚝한 태오를 보살핀 건 승규였다.
"아빠 - - 밥은? 밥 먹었어?"
녀석은 매일 태오를 챙겼다.
승규에게도 '사춘기'란 게 있었을까?
마주보고 꼬옥 한 번 안아주질 못했다.
'넌 어때? 힘든건 없어?'
'아빠가 뭐 해줄까? 필요한 건 없어?'
'사랑한다. 아들 - -'
하고픈 말들은 입 속에서 머물다 사라졌다.
승규가 제대를 하고 다음학기에 복학 한다고 했다.
알바를 한다고 하더니, 중장비 면허를 딴다고 학원에도 다녔다. 나중에 알바를 하더라도 요긴하게 쓰일거라며 열심이었다.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제 할 일을 척척 해가는 승규를 보며 태오는 뿌듯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제 녀석 말대로 아빠를 지키는건가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