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태오
태오는 물끄러미, 달력을 보며 휴직기간이 끝나고 있음을 생각했다.
일 주일이 남았구나 - -
그러면 일 주일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건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는 할까 - - 돈은 벌어서 뭐 하나 - -
뭣 때문에 사는건가 나는 - - 일은 해서 뭐 하고 - - '
아직도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녀석이 들어올 것 같다.
"에이 - -아빠. 환기 좀 합시다 - - 환기. 햇볕도 좀 쐬고 - - 사람도 광합성을 해야 한다구요 - -"
다정한 아이였다.
제 엄마와 이혼할 때, 6살 녀석이 나의 손가락을 꼭 쥐었다.
"걱정 하지마 - - 아빠. 아빠는 내가 지켜줄께 - - "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매몰차게 뿌리치며 돌아선 엄마를 바라보며 녀석은 울지않았다.
대신 가득 차오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무뚝뚝한 성정의 태오였다.
태오가 어렸을적엔 사랑표현을 대놓고 해주는 어른이 없었다.
말이 없던 아버지와 신경이 날카롭고 짜증이 많은 어머니.
"내가 너희땜에 못 살겠다.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고 - - "
아들 둘을 키우면서 어머니는 이말을 달고 살았다.
어머니에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터, 그 때 나는 알지 못했다.
어머니는 50을 넘겨 암으로 돌아가셨다.
남겨진 남자 셋, 대화도 사라지고 웃음도 사라졌다. 하기야 그전에도 대화는 적었고 웃음은 없었다.
이상하게 우리 가족은 웃으면서 얘기하고 웃으면서 밥 먹은 기억이 없다. 어쩌면 너무 오래 전이거나 없었을 수도 - -
뜻밖에도 아버지는 1년 후, 재혼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얼굴이 피었다. 표정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잘 웃었다.
돌아오면서 태오는 생각했다.
' 잘 된 일이야 - - 잘 된 일 - - '
누구라도 행복하길 - -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