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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5. 태오

by 김정욱

승규와 같이 다니던, 민석이가 전화를 했다.


"아버님. 승규가 좀 다쳤어요 - -"


병원에 도착해 보니, 녀석은 혼수상태.

알바를 하던 공사현장에서 지게차에 받쳐 정신을 잃었다는데 - - 외상은 없었으나 뇌진탕이란다. 의사 말로는 일단 깨어나야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일 주일이 지나고 - - 이 주일이 지나고 - - 영영 녀석은 눈을 뜨지 않았다.


태오는 온 세상이 꺼지는 듯 캄캄해지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식음을 전폐하고 낮 인듯, 밤 인듯, 오늘 인듯, 내일 인듯 세월을 보냈다. 가까이 지내던 회사동료가 2개월 휴직신청을 해주었다.


슬픔인 듯 절망이고, 절망인 듯 괴로움, 아픔 속에 저미는 통증이 가슴을 지나갔다.

뜨거운 슬픔인지 차가운 절망인지, 온 밤을 뜬 눈으로 새우는 날이 늘어갔다.

돌아올리 없는 승규를 기다리다니 - - 형벌이었다.

도무지 꿈인 듯 현실인 듯 믿을 수 없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있어? 우리 승규가?'


차라리 누구에겐가 피 터지도록 두들겨 맞고 싶었다. 아니면 내 아들 승규를 데려간 누군가를 죽을만큼 패고 싶다. 아니 패 죽이고 싶었다. 전신에 살기가 오르고 온 몸이 뜨거워졌다.


수면제를 일상으로 털어넣었으나 잠은 저만큼 도망갔다.

울어 봤으면 - - 실컷 울었으면 - - 한 번이라도 목 놓아 울어 봤으면 - - 명치쯤 걸린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언제쯤이면 잠 들 수 있을까 - -

언제쯤이면 승규를 보낼 수 있을까 - -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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