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명화
"근데, 지금은 괜찮아요 - - 아이는 낳고 싶으면 낳으라고 했어요 - - 같이 키우면 되죠 뭐 - - 우리끼리 재미나게 잘 살면 되죠 - - 잘 살고 행복하면 우리가 이기는거죠? 안 그래요?"
"아 - - 네 - - 그것 참 - - "
"우리 딸, 얼마나 이쁜데요. 아가도 분명히 이쁠꺼야 - - "
"아 - - 네 - - "
"근데 저녁은 드셨어요?"
"네? 아 - - "
"밥요 밥. 사는 건 밥심이라구요 - - "
"아 - - 네 - - "
"제가 낮에는 마트에서 일해요. 5시에 끝나는데 - - 혼자 저녁먹기 싫으면 전화해요 - - 같이 먹게 - -"
"네? 그래두 되요?"
"안될 게 뭐 있어요? 혼자 됐다고 외롭다구 - - 무섭다구 - - 절절매지 말구- - 살아봐요. 다 살아져요 - - 알았죠?"
순간 탁자 위로 눈물이 툭 - 떨어졌다.
무참해진 태오는 얼른 손으로 문질러 지웠다.
그렇게 선선한 초가을 어느 밤.
차에서 울던 여자 '이 명화' 그녀가 내 맘에 들어왔다.
마음이 설레이고 두근두근. 낯선 감정에 태오는 어쩔줄 몰랐다.
동병상련, 측은지심. 무엇에 끌렸을까 - -
태오는 명화가 신기했다.
말 하는 것, 행동 하는 것, 화통하게 웃어제끼는 것, 툭툭 털어버리고 돌아서는 것.
명화는 자기감정이 분명한 사람이다.
희노애락. 자신의 맘을 잘 알아채고 마음이 흐르는대로 마음을 놓아 두는것.
지나고 보니 그건 아주 중요한거였다.
슬픈 맘, 괴로운 맘을 돌보지 않고 모른체 하는 건 고통을 키우는 일이다.
그것들은 시간이 갈수록 똘똘 뭉쳐 가슴 한켠에 차곡차곡, 내 맘을 무겁게 하고 어둡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