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희망사항

10. 명화와 태오

by 김정욱

"아 - 정선생님. 실컷 울고 싶다고 했죠? 울어 보실래요?"

"어떻게 말인가요?"

"내게 방법이 있어요 - - "

"어떻게 - - "

"혹시 영화 좋아해요? OTT에서 '슬픈영화'를 찾아요. 한 편 골라서 꼼짝말고 끝까지 보는거예요 - - 옆에 수건 한 장 갖다놓구 - - "

"영화는 맘이 편할 때 보는건데 - - "

"그런 게 어딨어요? 보면 보는거지 - - 담에 올 때 얘기해줘요 - - 뭘 봤는지 - - 얼마나 울었는지 - - 알았죠? 숙제요 숙제 - - 하하 "

"알았어요. 그렇게 해볼께요 - - "

"아 - - 너무 좋다 - - 속에 있는 말, 이 말, 저 말,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쉬웠는데 정선생님을 만났지 뭐예요 - - 내가 운도 좋지 - - 하하하 "


명화는 또 호탕하게 웃었다.

어느 날, 물었다. 어쩌면 그렇게 속 시원히 잘 웃냐고?

사는 게 답답하고 한 숨이 자꾸 나와서 '웃음 치료교실'을 다녔단다. 일부러, 억지로 웃음을 지어내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날인가 자신이 크게 웃고 있더란다. 원한다면 내게도 가르쳐주겠다 했다.

태오는 손사레 쳤다.


'아니 - - 아니지 - - 아직은 내가 웃으면 안되지 - - 승규가 이렇게 내 가슴에 생생한 걸 - - 너도 없는데 내가 뭐가 좋다고 - - '


"빨리 갑시다 - - 늦으면 못 먹어요 - - "

"어딜 가는데 - - "

"못 드시는 거 있어요?"

"아니 - - 뭐 - - 별로 - - "

"그럼 됐어요 - - 팥칼국수 먹으러 갈껀데요. 엄청 맛있어요 - - "


오래 된 가게. 간판도 없다.

가게문을 열자 기다랗게 탁자가 붙어있다.

빽빽히 앉으면 20명정도는 앉을 수 있다. 벌써 자리가 차 있고, 빈 자리가 몇 개 보였다.

명화는 얼굴이 밝아지며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 - 두 사람요 - - "


끝이다. 메뉴도 없이 두 사람이라니 - -

진한 팥칼국수가 그득, 나왔다. 뜨끈뜨끈 팥칼국수라니 - - 평생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다.


'세상에 - - 이걸 다 먹는다고?'


다 먹었다. 입천장을 데이며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온 몸이 후끈 - - 흐믓한 포만감이 저절로 행복해졌다.


"어때요 - - 좋죠? 기분전환도 확 되고 - - "

"그렇네 - - 좋군 - - "

"땀이 나네요 - - 하아 - - 가끔씩 땀을 빼야되요 - - 하하하 - - "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희망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