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정이는
매일 보는 어르신이 반가웠다.
점심을 거르시는 어르신이 맘에 걸려 몇 번이나 김밥을 드렸으나 한사코 거절하셨다.
세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곶감 두 개면 충분하다는 것, 길에서 밥을 먹는 건 손님에게 예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자리를 비우고 밥을 먹으러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지당하신 말씀이다.
밀짚모자 척 쓰시고 운동화를 놓고 팔고 계시지만 그 표정이나 위세가 당당하고 꿇릴 것 없는 그 태연함이, 정이는 맘에 들었다. 조바심치지 않고, 궁색해보이지 않고 뻣뻣한 장사 스타일.
장사하는 사람은 친절해야 한다고 누가 말했나?
9월이 오고 있었다.
일 주일만 있으면 추석.
명절에 대한 감흥이 없던 정이는 그 시기만 되면 더 맘이 스산했다.
6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 뒤로 오가는 친척 하나 없이 썰렁하게 지냈다. 어렸을적엔 그게 이상해서 자꾸 엄마를 채근했다.
"왜 우리집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
"왜 우리는 시골이 없어?"
"왜 큰 집, 큰아버지가 없어?"
지나고 보니 그건 엄마 힘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고아나 다름없던 아버지와 아버지와 둘이 살던 엄마가 만났다. 우리가 태어나고 아빠는 너무너무 좋아하셨단다. 가족이 생겼다고 - - 책임 질 가족이 생겼다고 - -
그런 아빠는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정이는 지금도 나이 든 어르신을 보면 자꾸 말을 걸고 싶었다.
무슨 말이든지, 어떤 말이라도 나이 많은 사람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