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추석 때 뭐 하세요?"
"뭐 - 그냥 집에 있지 - - "
아는 것이 없으니 물어 볼 말이 없다.
망한 아들은 어쩌고 있는지 - - 또 다른 자식이 있는지 - - 그 자식은 자식 노릇을 잘 하는지 - -
"그런 처자는?"
"저요? 저두 그래요. 갈데가 없어요 - - 우리 엄마도 그렇고 - - 명절이 싫어요.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죠?"
어르신이 아무 말 없이 정이를 지긋이 바라봤다.
"그럼 우리 집에 올텨?"
"네?"
"할멈이 손님 오는 걸 좋아해 - - 딸이 하나 있는디 일찍 죽었어 - - 근디 할멈이 매일 기다려 - - 시집 갔다고, 손자 데리고 올꺼라고, 연락 왔다고 함서 - - "
"아 - - 네 - - "
"좋은 일 하는셈 치고 엄마랑 한 번 와주면 좋겄네 - "
"아 - - 집에 가서 엄마랑 얘기 해보고 - - 내일 말씀 드릴께요 - - "
얘기를 들은 엄마는 눈물부터 글썽였다.
"세상에 - - 딱한 일이 있구나 - - 죽은 딸을 기다리는 엄마라니 - - "
"어떻게 할까?"
"글쎄다 - - 그 집도 명절에 쓸쓸하게 지내는 모양이네 - - 찾아가도 폐가 안될라나 - - "
"뭐 - - 우리가 먹을 것도 싸가면 되지 않을까?"
어르신께 주소를 받았다.
안골 상리 대추나무집. 역 앞에서 212번 타고 종점까지 와서 10분쯤 걸어오면 된단다. 사람들한테 '권씨네가 어디냐?' 물어보면 다 안다고 했다.
어르신 이름은 '권 승만. 79세' 처음 어르신을 뵌지 4개월만에 통성명을 했다.
"전 23살. 나 정이입니다. 엄마와 남동생 하나 있구요. 사실 어렸을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있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어요 - -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