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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by 김정욱

9-12. 엄마와 오랜만에 시장에 나왔다.


송편을 좀 사고, 튀김도 몇 가지 사고, 배와 포도를 샀다.


"병호야 - 너두 갈래?"

"모르는 사람이라며?"

"이제부터 아는 사람 하면 되지 뭐- - "

"가자가자- - 너 혼자 집에 있지 말고 - - 갔다 금방 올꺼야 - - "


그렇게 세식구가 어르신댁을 갔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깜짝 놀랐다.

어르신은 안골 상리 터줏대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아들이 팬션 사장이란다. 방이 부족해 어르신이 농사 짓던 밭에 조립식 건물을 놓았다. 할머니도 편찮으시고, 할아버지도 농사에 힘이 부치니 밭을 모두 없앤 모양.

그럼, 망한 아들은 누구?

어르신이 거짓말을 지어내신건가? 왜?


정이 일행을 발견한 어르신이 어서오라고 손 짓 하신다.

오래된 집은 비워두고 옆에 깔끔하게 새 집을 지어놓으셨다.

허리가 바싹 꼬부라진 할머니가 옆에서 해맑게 웃었다.


"명주야 - - 어서 온나 - - "


어르신이 눈을 꿈적꿈적. 싸인을 보내셨다.

엄마는 할머니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잘 계셨죠?"

"어째 넌 그리 무심하냐? 어미가 보고 싶지도 않더나?"


할머니는 엄마 얼굴을, 머리를, 어깨를 연신 쓰담쓰담.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었다.


정이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불가.

어쨌든 어르신 얘기를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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