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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by 김정욱

10-12. "아들이 팬션 사장 맞어 - -


저 안 쪽에 아는 사람만 아는 저수지가 있는디 모두 소문날까 쉬쉬하구 - - 그 낚시꾼들이 첨엔 혼자 오다 가족들하고 같이 오구, 친구들 모임하다 친척들까지 - - 아주 저네들 별장처럼 사 철 몰려오지 - - 뭐 덕분에 아들이 집 몇 채 지어 놓고 장사하구 - - 아 - 운동화? 걔도 내 아들이야 - - "

"아들 하나라고 하던데요. 따님은 돌아가시구 - - "

"누이 아들이야 - - 누이가 그 녀석 낳고 일찍 죽는 바람에 걔가 고생을 많이 했어 - - 애비도 시원찮아서 - - 내가 데려다 키웠지. 근데 좀 크더니 맘을 못잡더라고 - - 공부도 안하고 - - "


그래서 이것 저것 시켜보다가 결국 읍 내에 신발가게를 내줬단다.

어르신 생각으론 신발가게야말로 절대 망할 일 없었다. 더구나 읍내에는 신발가게가 딱 하나.

실은 주인 영감이 오늘 낼 하는 와병중. 어르신이 인수를 했다.


문제는 영 장사가 안됐다.

옛날처럼 명절때, 새학기때 새 신발을 사는 것도 아니어서 농사 짓는 사람 막신이나 장화따위 파는 게 전부였다. 젊은이도 귀했지만 그 젊은이도 모두 시내 전문매장에 나가 사던가 온라인 구매를 한다는거였다.

사방팔방 맘이 들떠 있던 녀석이 이년도 못 채우고 도망을 했다.

낙심한 어르신은 가게를 정리했고 팔지 못한 운동화만 90여켤레 남았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어르신은 뾰족한 좋은 수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장사에 나서게 되었다.

평생 장사라는 걸 해 본적이 없는 어르신은 그래도 꿋꿋하게 소신대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럼 아들이랑 의논 좀 하셨어요?"

"이건 내 일이고 - - 내가 해결혀야지 - - "


역시 어르신다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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