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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by 김정욱

11-12. 사실,


아들이 망했다는 건 어쩌다 나온 생각이었다.

처음엔 '점포 정리' '싸게 팝니다' '신발가게가 망했어요' '조카가 하던 가게가 망했어요' 여러가지를 떠올리다가, 어르신은 자신이 손님 입장이 되어 보니 '아들이 망했어요' 가 가장 끌리더란 것. 하기야 조카도 아들이나 마찬가지긴 했다. 제 놈은 어떤지 몰라도 어르신은 아들처럼 맘이 쓰였다.


정이는 ' 무슨 황당한 일인가?' 놀랐다가 사정을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어르신이 조카를 향한 맘도 그렇고 안타까움도 그렇고 깊은 속정도 그러했다.


잘 차려진 할머니 밥상.

된장도 맛있고, 나물도 맛있고 김치도 맛있다. 팬션 사장이 양념소갈비를 한 통 가득 가져왔다.

여섯 식구가 '하하호호' 푸짐한 식사를 했다.


"야. 병호 - - 노래 한 번 불러 봐 - - 노래 하구 싶다며 - - "

"그려 그려 - - "


어르신이 박수를 치셨다. 이어 온 식구들의 박수 - - - 짝짝짝!!!


"신청곡 받아요 - - 아- - 이 미자요? 아. 아. 해 - - 당 - 화 곱게 피 - -는 서어- -엄 마으 - - 을에 - - "

"아유 - - 가수네 - - 가수야 - - "

"하하하하 호호호- - - "


"이건 마른나물이여. 가지두 있구 취나물, 울릉도 나물. 그리구 이건 매실짱아찌 - - 맛나- -

너 이거 좋아했잖여 - - "


할머니는 무언가 봉지봉지 자꾸 꺼내왔다.

어르신은 가져가라며 괜찮다고 눈 짓, 손 짓을 했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 오면서 정이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토록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던가 생각을 했다.

병호도 오랜만에 기분이 들떴다.


"이런 기분 처음이야- -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좋아 - - 팬션 형도 너무 좋구 - - "


엄마와 병호, 모두 상기 된 표정이다.

어르신 당부의 말씀.


"어려운 부탁이네만 우릴 할머니 할아버지 삼고 찾아주면 안 되겠나? 꼭 할멈 때문만 아니고 - - 자네도 그렇구 자네 어머니도 남 같지 않네 - - 뭐 - - 가족처럼 지내면 되지 - - 놀러 와 - - 언제든- - 집 처럼 생각허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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