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11월 첫째 주.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어르신이 운동화 대신 대추 반되씩 담은 봉지를 잔뜩 들고 오셨다.
그동안 신세졌던 주위 점포 사장들, 안면이 트인 은행직원들, 그 외 몇 몇 젊은이들, 생각나는 사람들까지 한 봉지씩 돌렸다. 직접 가꾸신 대추라 하셨다.
"복 받으시게 - - 잘 되시게 - - "
끝으로 덕담을 남기셨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어르신의 노점 장사는 끝.
남은 운동화는 동네사람들 필요한 건 신으라 하고 나머지는 기부한다고 하셨다.
정이는 그동안 겨우 친해졌는데, 이별이라니 너무 섭섭했다.
"이번 주말에 놀러 와 - - 엄마랑 동생이랑 - - 과일도 많이 따놨고 - - 물고기도 많이 얼려놨어 - - 할멈이 매일 기다려 - - "
꼭 잡아주신 거친 손이 따뜻했다. 끝.
'과일가게에서'
사과는 복숭아를 모르고
복숭아는 포도를 모르고
포도는 시어 토라진 밀감을 모르고
이렇게 너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어느 가을날 오후,
부부처럼 만만하게 등을 댄 채
밀고 당기며
붉으락푸르락
한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
- 최 영 미
'인연'에 대해 생각해봤다.
가족, 친구, 지인, 한 두번 얼굴만 본 사람, 이름만 아는 사람,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들 - -
다른 모습, 다른 맘으로 살아가는 우리.
우리는 사과 또는 복숭아 또는 포도 또는 밀감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저마다 사정이 다를터,
그럼에도 혼자가 아닌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