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보사랑

by 김정욱

9-9. 해가 바뀌고


드세던 추위가 가시면서, 하늘도 바람도 맘도 부드러워지고 있있다.

똘망똘망 손녀가 눈을 맞추고 온 몸으로 웃었다.

순이는 얼음이 풀리듯 긴장감이 풀리고 있었다.


'그래 - - 지금만 같아라 - - 이것이 행복이지 - - '


나른한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어머니. 미국 지사 발령예요 - - 정해진 건 2년인데 2번은 연장 할 수 있어요 - - "


아니라고 생각해도 아들이 멀리 떠나는 것 같았다.

이제 조금씩 며느리랑 손주 녀석들이랑 가까워지고 있는데 - - 땅이 꺼지는 듯 참담해졌다.

돌아온다고 몇 번씩이나 아들 며느리가 말을 했지만, 지금 손을 놓으면 영 놓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순이는 아들 며느리 손주들을 떠나보내고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얼마나 사랑하는 아들이던가?

생각만 해도 든든하고 마음이 따스한 아이였는데 - - 잠시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조금씩 행복해지고 있었는데 - - 서러운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다.


그저 가끔 뒤돌아 봐주고 가끔 웃어 주기만 해도 되는데 - - 야속했다.

이것이 외 길, 내리사랑이라는 건가? 순이는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아들과 며느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영구 이민자가 되었다.

7년 후, 당연하게 순이 임종도 보지 못했다. 끝.


세상의 모든 엄마 맘이랄까?

댓가 없이 무조건 퍼주는 사랑 - -

받는 자식은 그것도 싫단다 - - 무겁단다 - -

그 자식이 자식을 키우고, 그 자식이 결혼을 해서 부모 맘이 돼봐야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엄마 맘이 어떤 맘이었는지를 - -

이해와 사랑이 같은 시간에 도달하지 못하고 때때로 불화를 만들고 - - 멀어지게 만든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우리 맘이 흐르는대로 사랑도 흘러 갈 뿐인데 - -


'아득하면 되리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 박 재 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