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거기가 원 순임 집입니까?"
"아 - 네. 그런데요. 왜 그러십니까?"
"여긴 충청도 성환이란 촌동넨디요 - - 우리집 양반이 오늘 낼 오늘 낼 합니다 - - 근디 그 양반이 원 순임을 찾어유 - - "
"네? 왜요?"
"그건 나도 모르쥬 - - 왜 죽는 마당에 그 여잘 찾는지 - - "
"그 사람이 누군데요? 우리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은거요?"
"나 헌티 화 낼건 읍고, 우리집 양반, 잃어버린 동생이라 합디다 - - "
이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린가?
순임과 함께 산지 14년 세월이다. 어머니가 계시다는 얘기만 들었다.
난데없는 오빠라니 - - 나중에 집 사람 있을때 다시 걸겠다고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
투박한 목소리에 날카로운 쇳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 남아있다. 다소 무례하고 뻔뻔하게 느껴지는 말투다.
기분이 나빠진 공씨는 시계를 흘깃 노려보며 심기가 불편해졌다.
요즘 순임은 밖으로만 돌았다.
택시운전을 하는 공씨는 낮 시간에 잠깐 들어 와 점심을 먹곤하는데, 그동안을 못 참아서 달랑 식탁위에 찬 몇 가지만 늘어놓고 외출을 한다. 본인 말로는 시간을 정해 놓고 오는 것이 아니어서 기다릴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건 얕은 변명이다. 그럼 운행 중 반대편에 가 있다가도 밥 먹으러 집으로 와야 한단 말인가?
적어도 집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야 좀 이른 시간이건 늦은 시간이건 집에 올 수 있는 것을 - -
불경기에 점심값도 무시할 만한 것도 아니고, 식당에서 먹는 찬들의 조미료 냄새가 싫어서 집에 와서 먹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것 하나 따뜻하게 해 주지 않는 순임이 야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