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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2-27. 아이도 없다보니,


공씨와 순임은 친구처럼 살았다.


이 십대 초반, 철없던 때 만났던 옥순과는 티격태격 쌈만 하다 오 년만에 끝이 났다.

딸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의 일가에 자식 없는 집 양딸로 보낸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그 뒤로 본 적이 없다. 젊은 혈기로 천방지축 뭣도 모르던 시절, 부모가 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건지 알지 못했다.


공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였고, 주변에 이끌어 줄 어른이 없었다.

스스로 붙임성이 없기도 했고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탓에 그 뒤로 조심조심 살아왔다.

이 일 저 일 하다가 공사현장 날품 다니는 김씨를 알게 되어 같이 전국 여기저기 떠돌았다.

힘 들어도 가정을 꾸리고 알콩달콩 아이들을 키우는 동료들을 봤지만, 공씨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었다. 이른 결혼의 실패로 이미 쓴 맛을 본 공씨는 결혼에 대한 기대나 환상이 없었다.

더구나 여자라니 - - 세상 믿을 수 없는 존재가 여자였다.

자신의 아이를 낳고, 자기가 좋아 죽겠다던 옥순도 헌 신짝 버리듯 자신을 버리지 않던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가 아니라 바람이었다. 언제 어느 곳으로 불어 사라질지도 모르는 바람. 공씨는 홀로 늙어가는 자신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현장 근처 대놓고 먹는 식당에서 처음 순임을 보았다.

식당 일을 거들고 있었는데 딱히 종업원 같지는 않았다.

바쁠때만 잠깐 거들고는 한 구석에 앉아 밥을 먹거나 멍하니 티비를 보거나, 신문쪼가리에 코를 박고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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