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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3-27. 어느 날,


같이 간 김씨가 식당주인에게 슬쩍 물어 보았다.


"종업원? 친척?"


푸근한 인상의 식당주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나그네요 - - 나그네. 구름 따라 떠도는 나그네 - - "

"에? 나그네요?"

"우리 집에 일 좀 해달라 해도 말을 안 듣네 - - 저렇게 며칠 있다가 어느 날 휙 가버려 - - "

"음 - - 사연이 있는 사람이군 - - "


김씨는 그걸로 입을 닫았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상처가 아물도록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공씨는 잘 알지 못하지만 어쩌면 알 수도 있는 기분이 되었다.

공씨와 몇몇 사람들은 식당 근처 여관에 장기 투숙하고 있었다.


그 날 밤, 공씨는 늦은 시간에 재래시장을 기웃거렸다. 속옷가게를 찾고 있었는데 영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럭저럭 모은 돈을 쓸 곳도 없는 공씨는 그나마 기분전환으로 가끔씩 입던 속옷들을 싹 버리고 새 것으로 사곤했다. 스스로에게 하는 가벼운 선물이랄까 - - 그러면 기분이 좀 괜찮아지기도 했다.

재래시장도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9시가 넘은 시각, 불 꺼진 상가가 많았다.

어두운 시장골목을 돌아나오다 누군가와 부딪쳤다.


"어이쿠 - - "


순간 중심을 잃고 공씨는 주저앉았다.


"호호호호 - - 무슨 남자가 이래?"

'에잉 - - 이게 무슨 챙피람 - - '


속으로 투덜거리며 얼른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저기 식당 - - "


그러고 보니, 식당에서 본 그녀였다.


"뭐 - - 사려구요?"

"흥 - - 남이사 - - "


공연히 심술이 난 공씨는 뒤돌아 골목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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