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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순임

by 김정욱

5-27.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다음 날, 다른 날보다 점심식사가 많이 늦었다.

열 몇 개의 테이블 중 두서너 개만 손님들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공개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가 공씨에게 이름을 물었다.

당혹감에 멀뚱해진 공씨를 김씨가 채근했다.


"아 - 처자가 이름을 묻는데 빨리 대답을 혀야지 - - "

공연히 공씨는 얼굴이 붉어졌다.


"이름은 왜? 왜 묻는데?"

"아이 참 - 부르려고 묻지 - - 왜 묻긴 - - "

"그래도?"

"부르라는 이름이지 - - 뭘 그리 아낀담 - - "


같이 있던 김씨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식당주인과 옆 테이블에 앉은 모르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 핫핫핫핫! 호호호! - -


이상한 망신을 당한 공씨는 목덜미까지 벌게졌다.


"공 기석이야 - - 공 기석 - - "


앞에 앉은 김씨가 대신 답을 했다.

순임은 공씨가 그 곳 일을 마칠때까지 식당에서 일을 했다.

공씨도 그 곳 일정이 모두 끝나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 때가 왔다.


"나 - - 아저씨 - - 따라가도 돼요?"

"나? 집도 없는데 - - "

"아이 참 - - 집이야 많고 많은데 뭐가 문제람 - - "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아저씨가 말 해 주면 되잖아 - - 어떤 사람인지 - - "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호호호 - - 걱정마요 - - 내 눈엔 착한 사람만 보이니깐 - - "


대책 없는 사람이다. 손을 놔 버리기엔 어쩐지 불안한 - -

공씨의 허락도 없이 쏙 마음으로 들어 온 사람. 공씨 나이 마흔여덟. 세상 이곳저곳으로 떠돌던 공씨와 세상을 구름처럼 흐르던 나그네 순임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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