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부지런하고,
깔끔한 순임은 살림도 야무지게 잘 살았다.
공씨가 보기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다. 성격도 쾌활하고 웃음이 많았다.
서로에게 지운 의무감이 없으니 서운함도 없었다.
공씨는 순임을 만난 것이 정말 좋았다.
순임하고 같이 지내고, 같이 얘기하고, 마주보며 밥 먹고 - - 그걸로 족했다.
순임이 그늘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돼주겠다. 가끔 순임의 보호자가 된 듯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순임과 함께 한 세월이 10년을 훌쩍 넘었다.
순임의 나이도 50대가 되어 60을 바라봤다.
아직도 공씨가 헤아리지 못하는 순임의 속마음이 있을 터, 이제는 예전만큼 겁나지 않는다.
바람처럼 어느 날, 사라져버릴것 같은 조바심으로 지낸 시간도 있었다. 스스로 못 견디고 힘들어서 어느 날은 술 한 잔 한김에 순임에게 퍼부었다.
"갈꺼야 - - 정말 갈꺼야? 언제야 - - 그게 언제야?"
"걱정 마 - - 안심해 - - 가더라도 절대 말 없이 가지는 않을께 - - "
"그래 - - 그래야지 - - 그냥 가면 안 되. 알았지?"
순임은 공씨를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날 사랑하지 마 - - 하지 말라고 - - 사랑은 너무 아픈 일이야 - - 그냥 우리 - - 그냥 살자 - - 그냥그냥'
그녀는 나직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공씨는 육십이 되자 오래 다니던 인쇄소를 그만 뒀다.
착실하고 꼼꼼한 공씨를 사장은 잡았지만 이젠 스스로도 힘에 부쳤다.
눈도 흐릿해져 수술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이제 나이가 좀 되고 보니 뭐든 자세히 들여다보며 세밀한 작업을 하는게 힘겨웠다. 귀찮기도 했다.
이젠 이런 일은 젊고 눈 밝은 이들에게 넘길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