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두번의 생

by 김정욱

3-12. 엄마의 기도와 정성으로,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두번째 불행이 찾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 일 저 일 직업을 전전하던 오빠는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힘겨운 지원으로 카센타를 차렸지만 오빠는 정비기술도 없었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배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자신이 기술을 익힐때까지 기술자를 두고 하기로 했지만, 매사 심드렁한 오빠는 아예 기술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일을 신기사에게 떠맡기고 있었다.

다행히 가게 위치가 좋아 손님들이 꾸준히 들고 있었다. 부동산 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안목으로 시내와 변두리 중간쯤, 자릿세도 비싸지 않은 곳에 터를 잡을 수가 있었다.

오빠와 신기사와 직원 1명. 모두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대먹고 있었는데, 그 식당 사장의 어머님이 아프셔서 종종 식당문을 닫았다.

오빠한테 연락을 받으면 엄마는 부리나케 식사를 마련해서 가져다주곤 했다.

어느 날, 엄마가 일이 있어 부득이 명자가 나서게 되었다.

"와 - 동생분이 미인이네요. 이거 황송한데요. 직접 점심도 가져다 주시고"

수다스런 신기사를 명자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원래 수다스러운 건가? 아님 명랑한 건가?

처음 보는 남자가 이 말 저 말 쏟아내자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

'하긴 내가 오랫동안 내 세상에만 있었으니. 어떤 사람이라도 이상하게 보일밖에'

"저, 명자씨랑 사귀고 싶어요. 잘 되면 결혼도 하구요"

'내 생각따윈 필요 없는건가?'

픽 웃음이 났다.

신 장훈. 39살. 시골 어딘가에 부모님과 남동생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농사는 적성에도 안맞고 그렇다고 공부도 소질이 없어서 일찌감치 기술을 배웠노라 했다. 돈은 없지만 세상 사는 요령은 많이 알고 있다고. 돈 없어도 국가에서 하는 직업학교에 가면 얼마든지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돈 많이 벌면 자신의 가게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순간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책을 너무 좋아하고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던 어떤 남자. 자신은 꼭 선생님이 될꺼라고 했던 그 남자.

정 재운. 그 사람 곁에서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었던 내 꿈도.

아- 이 사람 꿈은 이렇구나!

사람은 꿈을 가지고 사는 거구나! 명자는 자신의 잃어버린 꿈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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